로열 더치 쉘
로열더치쉘 혹시 들어보셨나요? 어쩌면 국내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을 지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오일 메이져 회사 중 하나입니다. 이름에서 딱 드러나는 것처럼 네덜란드 (더치)를 대표하는 다국적 기업입니다. 그런데 작은 동네 회사도 아닌 국가를 대표하는 이 회사가 본사를 자신의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변경하려고 하는데 왜 그럴까요?
다국적 기업의 국가와의 분쟁
사실 다국적 기업과 국가간의 알력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임금입니다. 선진국일수록 보통 최저임금이 높고 노동법과 노조 관련 법률이 까다로워 사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비용이나 의사결정에 손해를 보는 것이 사실입니다.
두번째로는 국가의 조세입니다. 회사의 법인세를 내야하는 국가가 법인세율을 조정하거나 우리나라와 같이 가족 경영이 일반화된 곳에서 상속세 등을 조정할 경우 기업인들의 탈 국가 욕구가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많은 기업들이 위의 이유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많은 나라로 공장을 짓고 옮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본적이나 다름없는 본사 자체를 옮기는 것은 저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회사 사명에도 국가 이름이 들어가 있는 로열더치쉘은 왜 본사를 이전하려 하는 걸까요?
탈탄소 정책이 다국적 기업에 미치는 영향
이유는 바로 탈탄소 문제입니다.
지난 12월 초 세계 5대 오일메이저 중 하나인 로얄더치쉘이 세금 및 탈탄소 문제로 인해 기존 본사를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이전하고 및 사명을 쉘로 변경할 계획을 발표 했습니다. 표면적 사유는 네덜란드의 기업 배당세(15%)이나, 그 이면에는 탈탄소 관련 네덜란드 당국과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과반수 이상입니다.
국가의 조세정책이 기업의 투자/개발/확장 등의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단지 조세정책 만이 아닌 환경 정책이 이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네덜란드는 선진국 중에서도 탈탄소 정책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런 탈 탄소 정책으로 주요 조세원 중 하나인 이런 초대형 기업이 빠져나간다면?? 아마 모든 국가들도 비슷한 우려와 걱정을 하지 않을까요?
한국도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 쉽지 않은 결정을 많이 내린 국가 중 하나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정부는 탈 원전 선포와 함께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비율 증가에 대한 다양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해당 결정이 국가와 사회에 주는 영향은 사실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탈원전 발표와 함께 국내 굴지의 기업이었던 두산 중공업은 어마어마한 주가하락과 함께 대규모의 임직원 구조조정 등의 홍역을 겪어야 했습니다. 발표 후 수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벌써 대다수의 원전 관련 하청 업체 및 유관 기업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정부의 결정 하나로 국가의 주요 산업군 하나가 완전히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2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네덜란드 법원은 탈탄소 정책에 의거 쉘에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배출가스의 45% 감축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 명령은 법원이 기업의 탄소감축의무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로 국제사회에서 주목 받았습니다. 나아가 네덜란드는 탈탄소의 모범국가로 이름을 날렸지요. 하지만, 이런 정책이 과연 이롭기만 한 걸까요?
당연히 쉘은 그 명령에 불복했으며 현재 쉘은 본 명령에 항소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쉘은 올해 12/10일 주총 승인 시 본사 이전을 실행할 예정입니다.
쉘의 이런 강력한 행동에 네덜란드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들도 아마 상당히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로열더치쉘의 이탈을 막기 위해 본 주총 이전 배당세 폐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한번 위협을 느껴버린 이 거대한 회사를 막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 / 탄소 중립은 피할 수 없는 의무이자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 입니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국가와 기업 간의 알력 다툼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국제사회의 공조 하에 추진되고 있는 탄소 중립 정책에 기업이 이와 같이 실력 행사를 본격적으로 할 경우 국가의 정책 변화 드라이브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여태까지 탄소 중립 문제는 국가간의 합이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국가와 이런 초대형 다국적 기업간의 합의는 어떻게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영국으로의 본사 이전은 주주 환원을 강화하고 우리의 경쟁력을 높일 것
… 이전 시에도 신재생에너지, 업스트림 가스 등 네덜란드에서의 주요 사업 지속 예정”
- 쉘 주주총회 공고문 中
쉘의 이전 계획에 대해 매우 유감… 쉘의 이전이 일자리, 투자, 지속가능성 등
다방면에 초래할 결과에 대해 쉘 경영진과 논의 중…
-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부 장관, Stef Bl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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